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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만 파던 사람의 말로.

주변에 은퇴한 운동선수들이 많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시작한 그들은, 한 우물만 팠기에 세상 물정을 잘 몰라 사기를 당하거나 은퇴 후 허망함과 허무함에 방황을 하기 십상이다. 나도 겨우 15년이지만 다른 좋은 기회나 찬스를 버리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했다가 내려놓으니 한동안 허무함과 상실감이 무척 컸던 것 같다. 더욱이 그것이, 30년의 세월을 거치며 10대 20대 30대를 모두 보낸 장소에서의 은퇴식과도 같은 퇴장이었으니. 운동선수들의 은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운동선수들의 은퇴식 장면, 그들의 고별사가 내 심정과 다름이 없다는 걸 보니 역시 한 우물만 파는 건 필요하면서도 서글픈 것 같다. 모든 걸 걸었는데 이젠 그럴 이유도 대상도 없고 더욱이 그 대가와 평가가 박하여 후회스럽다면. 여러가지 골고루 팔방..

애정 어린 꾸중은 사랑의 표현인 것을.

엄마가 아프시다. 그래서 요즘은 만나면 머리를 쓰다듬어 드린다.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컨텍스트는 '그동안 수고한 엄마에 대한 고마움'이다. 혼자 거동도 불편하고 근육도 없어져가는 무기력한 상태. 자식을 혼낼 때, 납득하지 못할 땐 서럽게 운다. 어린 나이에 애어른 만든 것 같아 미안하지만 다른 집 아이라면, 나와 상관 없는 아이라면 뭘하든 관심없다. 내 자식,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애정을 담아 혼내지만 혼난 게 서러워 울거나 아비의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에게도 동일했다. 어차피 안 볼 사이라면 생활이나 규약이야 관심없었겠지만 너무도 사랑했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직선적이었다. 관계보단 내 역할을 더 소중히 했고. 애정이 없다..

울타리와 방해물의 간극

양을 방목하는 목장을 가 보면, 경계를 표시하고 양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있다. 울타리는 천적들로부터 양을 보호해주고 가로막혀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확실한" 자유를 부여한다. 양들이 이 울타리를 버팀목으로 여기는 한, 울타리는 결코 양들을 배신하지 않으며 늑대와 타협하여 몰래 뒷문을 열어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양들이 이 울타리를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울타리는 분명 적정 수준의 자유를 부여하지만 그 제한된 자유보다 전적인 자유를 원하는 양들은 울타리 저 너머의 자유를 갈구하기도 한다. 그 수준이 되면, 울타리는 양들에게 방해물이 된다. 오랜 시간 양들을 위해 썩어가는 나무 울타리여도 방해물로 인식되는 순간, 더 해 줄 일이 없다. 그렇다면 목자는 양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울타리를 열어주며 갈 길 ..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

news.nate.com/view/20200618n00520 "믿었는데"…'골목식당' 백종원, 초심 잃은 서산 장금이→포방터 홍탁집에 충격[종합] [TV리포트=이혜미 기자] 초심을 잃은 서산 돼지찌개집에 백종원이 분노했다. 여기에 포방터 홍탁집의 충격적인 위생결과가 공개되자 백종원은 “이러면 안 된다”며 한탄했다. 18일 방송된 SBS ‘ news.nate.com 난 요즘 먹방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었던 탓인지 몸무게가 늘어서 간헐적 단식을 병행한 폭식중인데 ㅋ 대리만족으로 먹방을 보면 그나마 좀 달래진다. 먹방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솔루션과 인간미가 있던 프로그램인 골목식당도 좋아한다. 매 주 보진 않지만 재방송 간혹 본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좋아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제자들아 한 가지만 부탁할께.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아, 한 가지만 부탁할께. 내가 그 긴 시간동안 너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열심을 다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는데 요즘 듣기론 나에 대한 뒷담화나 내가 말하지도 않은, 그러나 내가 말했다고 믿는 험담들이 돈다는데. 내가 2년 전에 그만 두고 눈 앞에 없으니 뒷말할 수 있지만 외부의 요인으로 공동체가 결속된다면 다행이지만 그것도 아니고 많은 애들이 이탈했다고 들었어. 끼리끼리 노느라 소외된 애들도 많고 뭔가 전과 달라서 어려워한다는 말도 들었어. 한 가지만 부탁할께. 스승의날이나 평상시에 만나달라고 연락달라고 안 할께. (어차피 뭐 그런건 없은지 오래되었고) 부디 지난 시간들의 내 노력과 진심과 진실마저 폄하하거나 왜곡하고 평가절하 하지는 말아줘. 이 말 하면서도 얼마나 비참하고 부끄러운..

배은망덕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는 말이 있다. 잊을 테면 잊으라지 그걸로 모자라 원수로 갚는다는, 이 말은 나와 상관 없을 줄 알았지만 사실 인생 가운데 아주 많이 경험해 본 팩트들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이, 내가 뱉은 말로 둔갑되어 있고. 눈 앞에 없는 사람이라고 흉 보고 뒷담화라니. 더군다나 난 내 많은 시간들을, 니들을 위해 사용했는데. 설령 어떤 의심 섞인 정황이나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사실 여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은 충분히 해봐야지. 기나긴 시간으로 겪어본 내가 어떤 사람인진 알잖아. 뭐 가끔은 얼척 없는 말의 '이해 부족' 해프닝도 있지만. 십 수 년의 시간을 보내며 겪은 수 많은 일들 중 이미 난 떠나왔는데 총알받이인 건지 도마 위 생선인지 뒷담화의 대상이 되어 까..

가치관의 전복.

난 사극을 좋아하는 편이다. 아저씨 인증인가. 아주 어릴 때부터 사극을 좋아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시간이 흐를 때마다 가치관의 혼란이 온다. 충신이 역적이 되고, 하루 아침에 실이 허가 되고 허가 실이 된다. 옳은 것이 그른 것이 되고 그른 것이 옳은 것이 되기도 한다. 단지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요즘 나의 화두는, '나 자신을 소중히 여겨보자' 이다. 살아오면서 남을 위해서만 살아왔다. 혹은 가족을 위해 내 꿈과 하고자 했던 일들을 포기했었다. 그러다보니 내 인맥을 포기해야 했고 돈도 모으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세상적 기준에선 처절한 실패자였을 뿐. 자부심이 흑역사로 둔갑하고, 자랑거리가 상처가 되어 버렸다. 내가 무언가를 실수하거나 잘못 처신한 것이 아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윤리 도덕적 기..

맘스터치와 이삭토스트

동네에 맘스터치가 생겼단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안 좋은 추억이 있는 장소에 가면 안 좋은 추억이 생각난다. 내게는 맘스터치와 이삭토스트가 그렇다. 심지어 상한 걸 먹어도 멀쩡한 난, 맘스터치와 이삭토스트에만 가면 얹힌다. 치즈를 싫어하던 내가, 좋은 이와의 기억으로 가서 먹었던 맘스터치의 치즈 할라피뇨 너겟. 이삭 토스트 최애 메뉴였던 베이컨 베스트 토스트. 식도락이 낙이고 스트레스의 배출구였던 내게, 이 두 메뉴로 인한 두 장소는 그야말로 지옥이다. 그것이 음식이나 직원의 불친절함이 아닌, 개인적 친분관계의 망함으로 인한 극악의 기억이 되어버린 결과물이라 더더욱 씁쓸하다. 음식 자체의 안 좋은 기억은, 안산 중앙동 놀부 부대찌개 갔는데 싹 다 먹고 배불러서 휘휘 젓고 있는데 등장한 휴지 더미. 이게 ..

역시 사람은 돈이 있어야 된다.

한일은행 -> 한빛은행 -> 우리은행의 역사를 거치면서, 우량고객이라고 불릴 만도 하건만 사실 잔고가 없다보니결국 그저 그런 고객 중 하나일 뿐이다. 어느 날은, 사용하던 OTP 가 배터리가 다 되어 영업점으로 재발급 받으러 갔는데, 이미 검색을 통해, OTP 재발급 수수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방문했다. 그런데 그 날은, 코로나 때문에 일이 끊기고 생활이 어려워져서들어 두었던 보험을 담보로 보험사에서 보험 약관 대출을 최대로 받은 날이었고 통장 잔고에 돈이 많던 날이었다. 창구 직원 분이, OTP 발급 수수료 이야기를 하시다가 기간 때문인지, 아니면 오래된 고객이기 때문인지, 통장 잔고 때문인지 모르나 잔고를 보며 은행 상품을 소개하시면서 OTP 를 수수료 없이 그냥 주셨다. 그럼 잔고 때문이었구나. ..

5월 15일의 일기

1.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나도 누군가의 스승이지만, 동시에 제자이기 때문에 이 날은 기억해야 하는 날이다.어느 덧 시간이 흘러 흘러 20년 넘게 흐르고, 철부지 어리던 나를 마음으로 돌봐주고 보다듬어 주던 스승의 존재는 선물과도 같다. 많은 스승과 선생들이 내 인생에 스쳐 지나갔지만, 내 비위를 맞추거나 관계를 상할까 염려함 없이 직언으로 일깨워 준 스승은 단 한 분 뿐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존경하며 우러르며 연락을 놓질 못한다. 어버이날 즈음에 시골 어르신들께도 홍삼을 보내 드렸지만 스승님께도 보내 드렸다, 사모님 생각도 나고 해서 더블로.스승님이 고맙다며 보내주신 사진인데, 몸둘 바를 모르겠다. 2. 나도 또한 스승이라 제자 중 하나가 치킨을 보내 줘서 먹었다. 사실 스승이라고 하기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