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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방목하는 목장을 가 보면,
경계를 표시하고 양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있다.
울타리는 천적들로부터 양을 보호해주고
가로막혀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확실한" 자유를 부여한다.
양들이 이 울타리를 버팀목으로 여기는 한,
울타리는 결코 양들을 배신하지 않으며
늑대와 타협하여 몰래 뒷문을 열어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양들이 이 울타리를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울타리는 분명 적정 수준의 자유를 부여하지만
그 제한된 자유보다 전적인 자유를 원하는 양들은
울타리 저 너머의 자유를 갈구하기도 한다.
그 수준이 되면, 울타리는 양들에게 방해물이 된다.
오랜 시간 양들을 위해 썩어가는 나무 울타리여도
방해물로 인식되는 순간, 더 해 줄 일이 없다.
그렇다면 목자는 양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울타리를 열어주며 갈 길 가라고 하는게 맞을까?
난 내 일을 하는 내내, 내가 목자인지 울타리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난 울타리가 맞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방해물로 전락한 경우도 있는가보다.
목자라고 스스로 여겼다면 뭔가 교만할 것도 같고,
요즘 같은 시대에 너무 고리타분한 것도 같고
사실 목자도 울타리도 양을 위하는 존재인데.
목자도 울타리도 방해물로 여기는 양들에겐,
필요 없는 존재들일 뿐.
존재가 부정당한 목자나 울타리란,
그들에게나 양들에게나 그 만남은 후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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