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은퇴한 운동선수들이 많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시작한 그들은, 한 우물만 팠기에
세상 물정을 잘 몰라 사기를 당하거나
은퇴 후 허망함과 허무함에 방황을 하기 십상이다.
나도 겨우 15년이지만 다른 좋은 기회나 찬스를 버리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했다가 내려놓으니
한동안 허무함과 상실감이 무척 컸던 것 같다.
더욱이 그것이, 30년의 세월을 거치며 10대 20대 30대를 모두 보낸 장소에서의
은퇴식과도 같은 퇴장이었으니.
운동선수들의 은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운동선수들의 은퇴식 장면, 그들의 고별사가 내 심정과 다름이 없다는 걸 보니
역시 한 우물만 파는 건 필요하면서도 서글픈 것 같다.
모든 걸 걸었는데 이젠 그럴 이유도 대상도 없고
더욱이 그 대가와 평가가 박하여 후회스럽다면.
여러가지 골고루 팔방미인처럼 조금씩 다 잘 하기보다는
한 우물만 파야 성공한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와도 같으나
이런 관점에선 불쌍한 결말이 있다는 게 서글프다.
차라리 올인하지 않고, 적당한 열심과 (코로나 시즌과도 같은) 거리두기가 더 나았을지도.
세상물정도 배우고 미리 배신감이나 번아웃에 대한 선지식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은퇴하거나 이별했어도 허무하진 않을텐데.
젊은 나날들을 바쳐 보내며 지나온 시간들이 후회되진 않을텐데.
사실은 이런 인생의 배움들이 내 사람들을 확정짓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가름하는 중요한 잣대임엔 틀림없지만
'진실의 입에 손을 넣었을 때 차라리 내가 물렸으면 좋겠다'는
배신감과 거짓에 대한 두려움.
난 내 아이들에게, 한 길만 파라고 절대로 가르치지 않겠다.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관계에서의 불화 (0) | 2020.07.04 |
---|---|
말말말 (0) | 2020.06.29 |
애정 어린 꾸중은 사랑의 표현인 것을. (0) | 2020.06.28 |
울타리와 방해물의 간극 (0) | 2020.06.23 |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 (0) | 2020.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