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동안의 통찰과 사색/Masterpieces

우선순위

이퀄라이져 2021. 4. 1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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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공항, 터키

 

키 이스탄불에서 이집트 카이로로 넘어가는,

터키항공을 타기 위해...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공항을 들어서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 익은 한국말...

 

"소매치기야 !!"

 

반가운 한국말이기는 하나,

그다지 반갑지는 않은...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의 모순된 그 한 마디에,

나의 심장은 두근거리고 나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사실...

항상 철두철미한 나는,

그 순간에도 시계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잠시 망설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 저 자식을 잡으려면, 비행기를 놓쳐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의를 보고 못 참는 성격으로서,

죽으면 죽었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피해자는 한국 사람...

 

뛰기 시작했다.

굉장히 빠른 놈이었다.

어림 잡아 100m 13초 정도는 뛰는 것 같았다.

따라 뛰던 Security들과 경찰들이 지쳐 나가 떨어지고,

이젠 1-1이다.

축구를 할 때 같았으면 벌써 잡았겠지만, 난 무거운 잠바를 입고 배낭을 짊어진 채로...

땀과 피곤에 젖어 그렇게... 40여 분의 추격 후에...

드디어 잡았다.

 

미화 1800$의 복대를 찾은 주인은,

내 얼굴도 본 체 만 체...

고맙다는 말 한 마디를 훌쩍~ 남기고 비행기를 타러 뛰어 들어갔다.

(좀 너무했다...)

 

나만 남았다...

 

잠시 후...

난 공항 바닥에 잠바를 깔고 누워서 노숙을 해야 했다.

다시 시내로 나갈 차편이

끊긴 상태였다.

 

그렇게 비행기를 놓쳤다...

 

그러나...

 

후회를 하진 않았다.

단지... 내 모습이 약간 처량했을 뿐...

 

우선순위라는 것은 그렇다.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내가 옳다고 믿고, 최선이라고 확신하는 그 일을 먼저 하되...

그 순간만큼은 힘들지도 모른다.

대단한 결심이나 배짱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알게 된다.

다른 이들로부터, 미래의 나로부터...

그 순간의 나는...

자랑스럽게 인정받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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