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코로나의 역설

이퀄라이져 2020. 10. 20.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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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득점은 운동, 울음,여행/ 코로나로 여행을 못 하게 되니 수치가 너무 낮아졌다.


코로나가 시작된지 어느 덧 9개월이 다 되어간다.
개인적으로는 2월부터 기존에 비해 자가 격리와 인간관계를 멀리했고,
지난 15년간의 일을 마치고 코로나를 핑계로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이 직업군에서 늘 가족의 불평(?)은, 가족에 좀 더 신경쓰라는 애정 어린 지적이어서 남들이 안식년을 주로 연구년과 자기 계발로 비축하며 움츠리고 뛸 준비할 때, 난 그저 뒤를 돌아보며 집안 일을 하는 중이다.



1.코로나 블루?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람들과 격리된 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하느라 우울증이 생긴단다. 나 또한 사람 만나는 게 활력소였던 사람이라 초반엔 그랬던 것도 같다. 그렇다고 사람을 아예 안 만난 건 아니지만(코로나가 많이 잡혔던 시기에만 만났다, 만나고 돌아오면 가족이 있는데 코로나 옮길까 걱정되서) 제한이 생기고 아무래도 서로간에 만남을 미루게 되니 그런 부분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블루까진 아니었던 듯.



2. 여행 제한
어디든 빨빨거리고 돌아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집에만 있거나 여행에 제한이(특히 외국여행) 걸리니 좀이 쑤시긴 한다.



3.코로나의 역설
1)그런데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터지니 뭔가 감춰지고 뒤에 숨을 수 있는 벽이 생겨 좋은 것(?)도 있다. 성격이나 스타일도 앞에 나서는 게 싫고 가장이자 리더였던지라 늘 앞장서기만 해야 했는데, 그래서 소모되어지고 번아웃도 겪었는데 움츠리고 숨어서 회복된다.

2)내 무능함도 숨겨진다. 사실 난 돈 되는 걸 잘 하지 못한다. 늘 그래 왔던 것이 조직이 원활하게 돌고 지켜내는 일을 해 와서, 수비적이고 유지되는 성격이 강했던 것 같다. 동시에 육성과 성장에도 틀림없이 기여했지만, 코로나 시기엔 의미없는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하지만 내 무능함은 코로나 뒤에 숨겼다.

3)마스크를 쓰니 '드러냄'과 달리, '숨겨져'서 좋다. 그래, 난 원래 이런 걸 좋아하는 속성이라 혼자 여행다니고 혼자 돌아다니며 재충전하는 스타일인데 그간 너무 드러났다.

4)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았던 터라, 사람이 많이 모인 곳보다는 한적한 걸 좋아했는데 일상이 그렇게 되니 좋은 것도 있더라.



결어
코로나가 끝나고 일상이 회복되어야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겠지만, 질병의 근원이 뿌리 뽑히고 제한과 격리에서 자유가 된다는 전제 하에 난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이 나쁘지 않다. 물론 다들 그렇겠지만 경제적으론 참 어렵지만(대출을 얼마나 받았는지ㅎ) 그런 걸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장점도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원래 상처 입은 동물은, 동굴 안에서 가만히 숨 죽이고 상처가 아물 때까지 은신하는 게 힐링이고 득점이다. 사회적으로 동굴을 만들어주니 경제적,보건위생적인 문제 외엔 좋은 점도 분명 있다. 오히려 가치관이 역전되어 자가격리와 거리두기가 미덕인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