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마크툽:어차피 그렇게 되었을 일

이퀄라이져 2020. 8. 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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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약정기간이 만료되어 기기변경하려고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이었다.
사실 난 기기 욕심도 없고 핸드폰 끼고 사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거의 매번 소위 '공짜폰'만 썼던 거 같다.

유튜브 촬영하는 것도 아니니 카메라 고사양도 필요없고
게임을 하지도 않으니 운영체계 고사양도 쓸데없다.
그렇게 몇 년이고 같은 통신사 쓰다보니 VIP 가 되었고
최신식 플래그십 모델에도 관심 없어서 공짜폰 사고 남은 돈으로 애들 밥 사주러 만나고.
그게 일상이었다.

약정이 끝나는 2년마다 오는 그 하루는 그 생각과 고민이었다.
'어떤 가성비 좋은 공짜폰 쓰나.'

그런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개인 핸드폰(PCS포함)이 보급되기 시작하여 확산된 98년 이후로
22년만에 처음으로 약간의 욕심이 생긴 것이다.
아이들이 생기고 커 가니 이쁜 사진과 영상을 남기고 싶은데,
이전까지는 '목수가 연장 탓하는 것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DSLR이 성행할 때 19만원 짜리 똑딱이 카메라의 구도와 남다른 시각으로 맞짱뜨던 나다)
결과물을 보면 연장이 좌지우지하는 Quality 가 자명하다.

내가 써온 폰들의 성능은 거의 A나 J였다.
삼성 갤럭시 기준으로, 플래그십 시리즈가 S, 그 아래가 A, 그 아래가 J인데
지금 내 폰이 J7 이고 그 전폰이 A3 이고 뭐 이렇다.
기본 플래그십에선 흔한 손떨림 방지 기능(OIS)은 찾아볼 수도 없어서 기본 사진의 화질이 구리고
그나마 앱이라도 깔아서 후보정이라도 해야 평타는 친다.

오늘은 큰 맘 먹고 S10 5G 512GB 질렀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대체 몇 단계를 뛰어 넘은 건지, 그리고 사용료는 얼마가 나올라나, 언제 오나.
OIS 기능과 배터리, 저장용량과 카메라 기능, 사용료 등이 고려 대상이었고
모든걸 만족하는 모델을 질러 버렸다.

잠시 후, 전화가 왔고 상담원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1. 512기가 생산 안 하는건지 품절이다.
2.직원이 잘못 설명한건지 5G폰에서 4G요금제 못 쓴다
(이건 설명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어 검색해봤다, 요즘 5G 품질이 너무 떨어져 다들 편법으로 한단다)

'내가 그럼 그렇지.' 왜 이렇게 순조롭나 했다.
어차피 이렇게 될 일이었다.
파울로 코엘료가 저서인 연금술사에서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었다'고 언급한 마크툽 이란 단어가,
너무나 정확한 상황.

에효. 그냥 하던대로 가성비나 보자.
그나마 욕심내서 A 시리즈나 사자.

3.재고가 없어서 1시간 내 배송(요즘 조정석이 광고하는) 어렵다, 택배로 내일이나 모레 받으시라.

하아.
결국 이 지리멸렬한 과정에 며칠이나 신경써야 하는 상황.

사실 모든건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안 하던 짓 하는 건 나도 어색하고 세상의 흐름도 어색해한다.
이젠 돈 이렇게 아껴서 밥 사줄 애들도 없고 코로나로 시국도 혼란하지만
역시 얼리아답터 일 뿐, 뭔가 참 못 누리고 사는 인생이다ㅋ

어차피 그렇게 될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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