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4

우선순위

​ ​ ​ ​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집트 카이로로 넘어가는, 터키항공을 타기 위해...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공항을 들어서는데, ​ ​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 익은 한국말... ​ ​ ​ "소매치기야 !!" ​ ​ ​ 반가운 한국말이기는 하나, 그다지 반갑지는 않은...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의 모순된 그 한 마디에, 나의 심장은 두근거리고 나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 ​ 사실... 항상 철두철미한 나는, 그 순간에도 시계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잠시 망설였는지도 모르겠다. ​ ​ '내가 지금 저 자식을 잡으려면, 비행기를 놓쳐야 할 지도 모른다.' ​ ​ 그러나... 불의를 보고 못 참는 성격으로서, 죽으면 죽었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피해자는 한국 사람... ​ ​ 뛰기 시작했..

인생 빌런들(feat.망부석의 넋두리)

최근 2년 7개월간의 시간들은 내게 너무도 힘든 시간이었다. 이것도 저것도 철저하게 다 지키고 빈틈주지 말라고 가르쳐 놨더니 이젠 대놓고 치킨 배달해놓고 교회에서 맥주를 찾고 있고. 그렇게 철저하고 믿었던 니가 말야. 애들이 보는 선생으로서의 니 모습, 지금까지 가르쳐 놓은 것의 허물어짐. 진짜 눈 앞만 보고 불안하게 달리는 경주마같이 옆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나보네. 그러니 다들 떠나지, 그것도 안 보이나봐. 인스타로 자꾸 이상한 거 선포하지 말고. 말하는데 안 그러던 애가 면전에서 계속 떠들거나 졸고 있으면 어떻게 느끼겠니? 내가 그랬잖아, 늦게 떠나면 분명 우린 멀어진다고... 이런 걸 두려워한 건데 1년의 차이가 평생을 갈라 버렸네. 사실 내 인생 최고의 빌런이라 느끼지 못했지만, 들려오는 소식에 ..

울타리와 방해물의 간극

양을 방목하는 목장을 가 보면, 경계를 표시하고 양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있다. 울타리는 천적들로부터 양을 보호해주고 가로막혀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확실한" 자유를 부여한다. 양들이 이 울타리를 버팀목으로 여기는 한, 울타리는 결코 양들을 배신하지 않으며 늑대와 타협하여 몰래 뒷문을 열어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양들이 이 울타리를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울타리는 분명 적정 수준의 자유를 부여하지만 그 제한된 자유보다 전적인 자유를 원하는 양들은 울타리 저 너머의 자유를 갈구하기도 한다. 그 수준이 되면, 울타리는 양들에게 방해물이 된다. 오랜 시간 양들을 위해 썩어가는 나무 울타리여도 방해물로 인식되는 순간, 더 해 줄 일이 없다. 그렇다면 목자는 양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울타리를 열어주며 갈 길 ..

가치관의 전복.

난 사극을 좋아하는 편이다. 아저씨 인증인가. 아주 어릴 때부터 사극을 좋아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시간이 흐를 때마다 가치관의 혼란이 온다. 충신이 역적이 되고, 하루 아침에 실이 허가 되고 허가 실이 된다. 옳은 것이 그른 것이 되고 그른 것이 옳은 것이 되기도 한다. 단지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요즘 나의 화두는, '나 자신을 소중히 여겨보자' 이다. 살아오면서 남을 위해서만 살아왔다. 혹은 가족을 위해 내 꿈과 하고자 했던 일들을 포기했었다. 그러다보니 내 인맥을 포기해야 했고 돈도 모으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세상적 기준에선 처절한 실패자였을 뿐. 자부심이 흑역사로 둔갑하고, 자랑거리가 상처가 되어 버렸다. 내가 무언가를 실수하거나 잘못 처신한 것이 아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윤리 도덕적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