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 2

상수역에서,

상수역에서 비록 많은 기쁨을 누리진 못 했어도, 열정 없는 시냇물이 여전히 흘러도, 맛난 반찬도, 거룩한 거울도 명령도 의미없지만, 보라고 해도 안 보고 안 오고, 새로운 하늘과 땅을 찾아 떠나고, 그 외 옛날부터 존재했던 빌런들, 악마들. 아무 의미없는 나날들. 어차피 내 인생의 시나리오에서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 엑스트라들일 뿐이니 상관없지만. 뭔가 좀 안타깝다, 코로나 시국으로 가려진 것일 뿐.

한 우물만 파던 사람의 말로.

주변에 은퇴한 운동선수들이 많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시작한 그들은, 한 우물만 팠기에 세상 물정을 잘 몰라 사기를 당하거나 은퇴 후 허망함과 허무함에 방황을 하기 십상이다. 나도 겨우 15년이지만 다른 좋은 기회나 찬스를 버리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했다가 내려놓으니 한동안 허무함과 상실감이 무척 컸던 것 같다. 더욱이 그것이, 30년의 세월을 거치며 10대 20대 30대를 모두 보낸 장소에서의 은퇴식과도 같은 퇴장이었으니. 운동선수들의 은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운동선수들의 은퇴식 장면, 그들의 고별사가 내 심정과 다름이 없다는 걸 보니 역시 한 우물만 파는 건 필요하면서도 서글픈 것 같다. 모든 걸 걸었는데 이젠 그럴 이유도 대상도 없고 더욱이 그 대가와 평가가 박하여 후회스럽다면. 여러가지 골고루 팔방..